영원의 일회용품

Eternal Instant White Vessels

Eternal Instant White Vessels #003

#004

#005

#006

유물이란 과거의 역사 속 인류의 중요한 흔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미래의 과거이며, 우리의 물건은 곧 미래의 유물이 될 것이다. 생활의 도구였던 백자들이 조선 시대의 유물로서 박물관에 자리하고 있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집기들의 일부가 미래의 박물관에 자리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량으로 생산해서 소비하고 있는 일회용품들은 과연 미래의 박물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일회적으로 사용되지만 영원히 썩지 않아 지구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은 너무나도 흔해서 박물관에 자리할 수 있을만큼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기술 발전으로 이러한 일회용품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미래를 기대하며, 미래의 인류에게 잊혀졌을 현재의 일회용기들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Eternal Instant White Vessels #001

Eternal Instant White Vessels #002

고려의 청자와 달리 조선의 백자는 서민들이 사용하던 도자기였다. 조선의 백자는 이제 국립중앙박물관에 중요한 유물로서 소장되어 있다. 고려청자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조선의 백자는 최근에 여러 작가들이 달항아리 백자를 모티프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달항아리 백자의 사진은 단색의 배경 앞에 놓인 달항아리 백자를 촬영한 것이다. 단색의 배경 앞에 주요 오브제를 놓고 촬영하는 방식은 정물 사진이나 제품 카탈로그 사진의 촬영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아주 오래되었고 효율적인 표현 방식이다.

<Eternal Instant White Vessels> 역시 플라스틱 용기들을 단색의 배경 앞에 놓고 즉물적으로 촬영함으로써 오브제의 형태와 질감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현재라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보내는 사진 아카이브이다.

정현목

Hyunmok Jung

정현목은 대학에서 역사와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술사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 세계는 정물 사진 작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의 데뷔작 〈Still of Snob〉 시리즈는 현대인의 소비 문화를 은유 및 풍자하기 위해 17세기 바니타스 정물화를 사진적으로 차용하고 있으며, 《VOGUE MOMENT》(서울대학교 미술관, 2012), 《All (is) Vanity》(서울미술관, 2015) 등 다수의 기획전에서 소개되었다. 최근작 〈Still Beautiful〉 시리즈는 소비되고 난 다음에 남겨지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단상을 조형적인 정물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다.